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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1990, 뉴 잭 스윙을 아시나요?

1990년대는 대한민국 대중가요 역사 중 가장 화려했던 시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흥기를 이끌던 장르가 있었죠. 바로 뉴 잭 스윙입니다.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란?

 

 ▲ 1990년대 대중가요 황금기를 이끌었던 뉴 잭 스윙을 알아봅니다.

1990년대 부드러운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비트에 남녀노소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게 만들었던 그 음악, 뉴 잭 스윙을 아시나요? 귓속에 계속 맴도는 중독적인 플로우가 특징인 뉴 잭 스윙은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새로운 음악 장르입니다.

뉴 잭 스윙 스타일은 기존에 있던 음악 장르를 새롭게 조합해 새로운 감성으로 재탄생한 장르입니다. 힙합과 댄스 팝을 주로 연주하는 악기에 R&B 스타일의 보컬을 사용했죠. R&B와 힙합의 결합으로 부드러운 멜로디와 강한 리듬, 춤추기에 좋은 템포가 특징입니다. 뉴 잭 스윙 곡에는 일본의 전자악기 회사 롤랜드의 드럼 TR-808이 특히 많이 쓰였습니다. 최근 유행했던 ‘808 트랩’ 장르 메인 악기인 808 드럼이 바로 이것입니다.

뉴 잭 스윙이라는 용어는 1987년 미국 기자 배리 마이클 쿠퍼(Barry Michael Cooper)가 미국 일간지 <빌리지 보이스(The Village Voice)>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당시 가수이자 프로듀서였던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의 음악이 마치 유연한 리듬의 스윙(swing) 같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뜻에서 ‘뉴 잭(new jack)’을 따 와 만든 단어입니다. ‘잭’은 사내아이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여성 아티스트의 음악은 뉴 질 스윙(New jill swing)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도 남아있는 뉴 잭 스윙의 흔적

 

▲ 우린 여전히 1990년대 복고를 떠올릴 때 뉴 잭 스윙의 이미지를 그대로 생각합니다.

그 시절 뉴 잭 스윙의 모습을 그려볼까요? 먼저 ‘셔플댄스’로 다시 회자됐던 ‘토끼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현진영이 <흐린 기억 속의 그대>에서 비슷한 춤을 선보였죠. 당시 유행하던 헤어 스타일은 하이 탑 페이드(Hi-top fade)가 독보적이었습니다. <슬램덩크>의 채치수 헤어 스타일을 상상하면 됩니다. 지금은 가장 비슷한 스타일로 '투 블록'을 꼽을 수 있죠. 어깨 뽕이 크게 들어간 자켓과 펑퍼짐한 바지도 유행이었습니다. 복고 열풍이 불었던 최근에도 많은 패셔니스타가 오버핏 파워숄더 자켓과 와이드 팬츠를 즐겨 입죠. 색감이 다양한 패션 운동복 브랜드 '리복'과 국내에서 크게 히트했던 '필라'도 지금은 복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금 유행하고 있습니다.

뉴 잭 스윙과 패션

 

▲ 바비 브라운이 활약했던 시기는 뉴 잭 스윙의 최고 전성기였습니다.

지금은 이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화장품 브랜드가 가장 먼저 나오지만, 30년 전엔 사정이 달랐습니다. 뉴 잭 스윙 가수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의 이야기입니다. 바비 브라운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테디 라일리는 수록곡을 모조리 뉴 잭 스윙 곡으로 채워,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나이트클럽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바비 브라운의 곡에 춤을 안 춰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특히 바비 브라운 뮤직비디오에서 오버핏 파워숄더 자켓과 배기팬츠를 입고 토끼춤을 추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 패션을 오마주할 땐 빠지지 않는 패션이죠.

뉴 잭 스윙 장르는 당시 막 인기를 끌던 힙합과 컨템포러리 R&B, 글램 메탈, 얼터너티브 락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뉴 잭 스윙은 소울, 펑크, 디스코 등 1980년대식 흑인 음악을 모조리 바꾸기 시작했죠. 얼마 안 있어서는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을 부른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같은 인기 보이 그룹을 통해 백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 천재적인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도 뉴 잭 스윙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뉴 잭 스윙은 음악 팬들은 물론 뮤지션들에게도 열풍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거장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 와 결별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역시 뉴 잭 스윙에 매료됐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새 앨범 파트너로 테디 라일리를 선택했고,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바로 1991년에 발표된 명반 <댄저러스(Dangerous)>입니다.

이때의 마이클 잭슨의 패션은 보수적이던 한국 사회에서 충격처럼 다가왔습니다. 1990년대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겐 펑퍼짐한 쓰리 버튼 양복에 검은 양말, 넉넉한 구두가 정석이었습니다. 이런 시절에 마이클 잭슨이 슬림한 투 버튼 자켓에 짧은 바짓단, 하얀 양말과 목 짧은 로퍼를 신고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무대는 가히 충격적이었죠. 그때의 마이클 잭슨의 패션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이고, 명곡 <해피(Happy)>를 부른 힙합의 대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이때의 뉴 잭 스윙 계통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입니다.

뉴 잭 스윙에 대한 오마주

 

▲ 브루노 마스의 노래 <Finesse>는 뉴 잭 스윙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입니다.

2016년에 발표된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3집 <24K Magic>의 수록곡인 는 1990년대 뉴 잭 스윙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앨범 발매 2년 뒤 카디 비(Cardi B)가 피처링으로 참가한 리믹스 버전은 그야말로 뉴 잭 스윙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로 손꼽힙니다. 노래만큼 그들의 패션도 꽤 많은 주목을 받았죠. 1990년대 당시 젊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던 리복이나 필라, 나이키 브랜드에 얇은 지갑을 다 털려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브루노 마스와 카디 비가 원색으로 두른 화려한 의상으로 그때의 패션을 완벽하게 재현해내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을 추억하게 했죠.

우리나라에서의 뉴 잭 스윙

 

▲ 우리나라에서 뉴 잭 스윙을 대중적으로 알린 그룹은 듀스입니다.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서 뉴 잭 스윙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가수는 듀스(DEUX)입니다. 듀스는 1993년 1집 앨범 <듀스(DEUX)>부터 3집 앨범 <포스 듀스(FORCE DEUX)>까지 많은 노래를 뉴 잭 스윙 장르로 채웠습니다. 듀스라는 그룹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인 <나를 돌아봐>, <우리는>, <굴레를 벗어나> 모두 뉴 잭 스윙 장르입니다. 듀스의 음악 스타일은 미국의 초기 뉴 잭 스윙 스타일로 드럼 비트 위에 랩을 곁들여 힙합 리듬에 멜로디를 입힌 것입니다. 이때 듀스는 베레모와 두건을 이용한 과감한 패션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1990년대 패션을 따라할 때 소품으로 베레모나 두건 하나쯤은 무조건 챙기는 이유가 됐죠.

지금까지 뉴 잭 스윙과 그 시절을 이끈 패션을 알아봤습니다. 패션과 스타일 산업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뉴 잭 스윙,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문화예술 콘텐츠이며 중요한 아카이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