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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우리가 만든 전기자동차를 소개합니다! 영남대 '마이브(MYEVE)' 인터뷰

이제는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전기차 시대. 그 전기자동차를 직접 만든 대학생들이 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자동차안전학회 주최로 열린 '2020 국제 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에서 전기자동차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남대 '마이브(MYEVE)’ 팀입니다. 동아리원 18명은 낮밤이 바뀔 만큼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요. COVID-19 로 인해 이 구성원 모두를 한꺼번에 만날 수는 없었지만, 영현대가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팀의 구성원 중 김병규, 정동운, 김남건, 이상찬, 강명석, 윤찬빈 학생 6명을 줌(ZOOM)을 통해 만나 자동차를 향한 젊은 열정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직접 그들의 손으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주행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그 끝에 이뤄낸 성취에 대해 함께 들어볼까요?

대상 소식 들었을 때?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Q. 영남대 기계IT대학의 'MYEVE'는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지 소개해 주세요.
동운: 마이브는 영남대 기계IT대학 자작 전기자동차 동아리입니다. 전기자동차의 혁신을 꿈꾸는 젊은 공학도가 모이는 곳입니다. 설계, 용접, 벤딩 등을 통해 자동차를 제작하며, 이를 통해 전국 전기자동차대회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아리원마다 전공은 각각 달라요. 기계설계, 시스템, 첨단, 기계공학, 자동차기계공학 전공자 등 총 18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Q. '2020 국제 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 전기자동차 부문 대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대상 발표가 나왔을 땐 기분이 어땠어요?

 

▲ 국제 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 전기자동차 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남대 마이브 팀

상찬: 대상 받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결과 발표 날엔 아무런 기대 없이 동아리 방에 다 모여있다가, 수상 발표가 나오자마자 다같이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죠. 동아리 특성상 밤낮 바뀐 생활을 하느라 부모님 눈엔 제가 게을러 보였을 텐데요. 아들로서 자랑거리를 만들어드린 것 같아서 즐거웠어요.

병규: 생각지도 못했던 상이어서 기뻤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밤낮 바뀐 생활을 하는 2년 동안 가족들이 반대도 많이 했거든요. 대상 소식을 들었을 땐, 동아리 멤버들이 알바하고 돈 모으느라 고생했던 시간도 떠올랐어요. 제작 지원을 하나도 못 받았거든요. 모터랑 부품 싹 다 합쳐서 1,50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명석: 저는 (자동차 제작) 작업 진행 중간쯤부터 동아리에 들어왔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새로 배우는 게 쉽진 않았는데요. 다같이 차를 만들고 레이싱 돌리면서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놀라웠어요. 성취감도 컸습니다. 사생활도 없이 모든 시간을 여기에 전부 투자했어요. 지난 노력을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Q. 처음으로 자동차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가 궁금해요.
병규: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생활하고 차량을 정비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역 후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기도 했죠. 알바할 땐 자동차 서스펜션*을 조립했어요. 덕분에 상용차의 발전된 기술도 직접 볼 수도 있었고요. 그때부터 대학 자동차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서스펜션: 충격이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동운: 저도 예전에 현대자동차에서 알바하면서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당시 샷시 쪽에 창문 넣는 알바를 했는데요. 그 경험이 나중에 우리 자동차를 조립할 때도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명석: 사실 동아리 들어오기 전까진 자동차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는데 이 기간 할 수 있는 게 뭘까 알아보던 와중에, 자동차 만드는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직접 만져보면서 자동차에 더 관심을 갖게 됐고요.

남건: 저도 동아리에 우연히 들어와서 동아리 형들이 시키는 대로 파워트레인*이나 조향에 관해 공부했어요. 나중엔 지나가는 자동차를 봐도 흥미가 생겼어요.
* 파워트레인: 엔진의 발생 동력을 전달하는 동력 전달 장치. 클러치를 포함한 변속기(미션)부터 추진축, 종감속기어, 차동기어장치, 바퀴 등이 포함됩니다.

찬빈: 아버지가 자동차 쪽에서 일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자동차에 관한 지식은 하나도 없었는데요. 동아리에 들어온 뒤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혼자 찾아보고 공부하며 지식을 쌓았습니다. 앞으론 자동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상찬: 처음엔 자동차를 잘 모르고 들어왔다가, 동아리 형들과 친구들이 좋아서 같이 재밌게 어울렸어요. 작년에도 대회에 나가보면서 열정도 생겼고요. 특히 올해는 조향 팀장을 맡으면서 책임지는 역할을 하니까 자연히 공부를 더 하게 됐고요. 좋아서 찾다 보니 열심히 했고, 진로와도 연결됐어요.

Q. 대상을 수상한 MYEVE-20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동차를 제작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나요?

 

▲ 작업 중인 마이브 동아리원들

상찬: 우선 조향 측면에선 차량 서스펜션을 경량화했고, 원하는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했어요. 차량 거동이 처음 설계했던 대로 나오지 않아서 휠 얼라인먼트도 수정했고요.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도 만져보고, 주행과 데이터 수집을 반복하고 수정하면서 저희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어요.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하고 개선했던 경험이 저희를 강팀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서스펜션의 배치 또는 배열 형태

동운: 저희 차의 강점은 안정감입니다. 모든 차에서 중요한 건 무게중심인데요. 이를 위해 모터 위치를 앞으로 당겨 무게중심을 중간으로 맞췄어요. 배터리를 사이드로 빼기도 했고요.

병규: 전체적인 밸런스도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할 때 신경 썼던 부분도 밸런스예요. 모든 부품이 일직선으로 잘 조립됐는지 확인했어요. 부품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주행하기 전에도 항상 부품의 일직선 여부를 체크했어요.

찬빈: 성능뿐만 아니라 자동차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잖아요. 일단 경량화에 신경을 많이 썼고, 외관도 최대한 깔끔하고 심플하게 디자인했어요. 기능적 측면에서도 공기 역학을 고려해서 만든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동운: 대회 일주일 전 주행 연습하다가 자동차가 부서졌습니다. 제가 드라이버로 운전하다가 박아서 부서졌죠. 사기도 저하되고 그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다행히도 팀장들과 팀원들이 준비해놓은 부품이 있었어요. 4개월 동안 만들었던 차를 나흘 동안 쪽잠 자면서 다 같이 완성했습니다.

찬빈: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저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지식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동아리에 전기를 전공한 사람들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기자동차를 굴리면서 힘든 점도 있었는데요. 결국 인터넷 찾아보면서 잘 배우고 만든 것 같습니다.

Q.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죠?

 

▲ MYEVE-20이 첫 주행한 날

남건: 개인적으론 속도계 만들었을 때 제일 뿌듯했습니다. 자동차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회 참가하는 동안엔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고, 액셀을 계속 밟고 있을 수 없어서, 운전자가 적정 속도를 찾으려면 필요했거든요. 다만 저희가 컴퓨터나 전기 관련 전공자가 아니어서 정보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막막했어요. 구글링으로 정보를 찾으면서 결국은 LCD 화면에 속도가 표시됐을 때, 그때가 기억에 남을 만큼 뿌듯했어요.

병규: 대회 당일 우리 차가 다른 차들을 제치고 달리는데 울컥했어요.

명석: 그때 저희 차가 부서졌을 때, 차를 짧은 기간 내에 다시 만들어냈었는데, 차 만들고 그날 아침 돌렸을 때 우리가 했던 것처럼 돌아간다는 것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 가상 배기음을 테스트하는 모습

찬빈: 전기자동차에서는 배기음이 나지 않아서, 다른 자동차 위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대회 규정상 전기차에서도 배기음이 나도록 가상배기음을 설치해야 했는데요. 모터 신호에서 엄청나게 큰 전류를 보내다 보니 신호의 간섭을 받아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든요. 그때 회로를 분리해 기계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던 것이 기분 좋았고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Q. 전기자동차를 직접 제작해보니, 만들기 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졌어요?
남건: 직접 차를 만들고 주행해보니까 모터 같은 파워트레인 계통이 성능에 많은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이젠 자동차를 볼 때도 겉모습보다는 엔진이 차량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찬빈: 주행 테스트 중에 차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면 결함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특히 주행 중에 바퀴가 빠질 뻔한 경험들이 몇 차례 쌓이다 보니까, 평소 타는 자동차에서도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만약 날씨가 추울 때 자동차 앞쪽에서 ‘쉬잉’ 소리가 들리면 ‘미션오일 쪽에 철가루가 많이 꼈나?’ 생각하고, 바퀴 쪽이 덜덜거리면 ‘회전 불균형인가?’ 생각하게 됐죠.

병규: 배기가스나 환경문제도 더 눈에 들어오고요. 도로에서 전기차나 수소차 다니는 모습 보면, ‘저런 차들이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Q. 요즘 나오는 자동차 가운데 눈여겨봤던 기능이 있나요? 나중에 내가 만들 자동차에 꼭 반영하고 싶은, 벤치마킹하고 싶은 자동차와 그 기능이 궁금해요.
찬빈: 앞으로 자율주행이 대중화한다면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유망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전부터 동그란 모양의 핸들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굳이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핸들을 돌릴 필요가 없어질 테니, 모터를 이용해서 돌리는 조이스틱 같은 새로운 형태로도 운전하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상찬: 현재 상용화되는 자동차는 대부분 앞바퀴가 조향된 방식인데요. 현대자동차에서 후륜 조향하는 차를 개발하고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지금 개발 중인 후륜 조향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제어해서, 이 기능을 반영한 일반 상용차를 만드는 연구를 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고 싶은 말도 좋아요.
병규: 팀원들에게 너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고요. 이번에 받게 된 상은 저희가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받은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상찬: 처음엔 단순히 경험과 스펙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동아리가 이젠 제 대학 생활의 전부가 되었어요. 전화해서 귀찮게 물어봐도 잘 도와준 작년 회장 권휘철 형, 많은 걸 가르쳐준 친구 최홍준, 안상진 형 고마워요. 2019 마이브 선배님들, 많이 가르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에 안 나온 팀원들에게도 한 명 한 명 고마워요. 얼떨결에 외장 팀장 맡아서 자동차 예쁘게 만들어준 이준호, 용접한다고 연기 한껏 들이마신 마이브의 발 이현우, 분위기 메이커에 다재다능한 임승모, 막내로서 모자란 선배들 챙겨준 김은수,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창욱, 중심을 잡아주고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한 총무 김준회, 보고서 쓰고 사무 보느라 고생한 문성협. 마이브의 두 번째 발이 되어준 김대오, 동아리 전체 막내인 백무성은 군대 잘 다녀오길 바라고요. 늦게 들어와서도 잘 따라와 준 김주영과 조민영, 2021 마이브를 책임져갈 강명석과 이재혁에게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어요.

찬빈: 상찬이가 팀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잘해줘서 동감합니다.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들도 많았었는데,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생각이 들 땐, 잘 가고 있다고 저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건: 매일 밤새고 아침까지 일했던 팀원들 정말 수고했어요. 부모님도 ‘군대 다녀온 아들 다시 군대 보내는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이젠 집에도 제때 들어가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겠습니다.

동윤: 저희 동아리원들이 직접 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항상 제작비가 부족했고, 모든 인원이 아끼면서 생활했어요. 파이프, 드라이버 장갑, 헬멧, 신발 전부 우리가 사야 했는데요. 올해 대상에 힘입어 후원도 들어오면 좋겠어요. 또한, 열정 있는 학생들이 마이브에 들어와서 같이 해보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아요. 열심히 가르쳐줄 자신 있으니까 많이 연락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제 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남대 마이브 팀을 만나보았습니다. 자동차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