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기획

쉐어하우스(Sharehouse)와는 다르다? 미국의 주거 공간, ‘코옵(Co-ops)’

교환학생 제도는 ‘대학생만의 특권’이라고 불립니다. 학생들이 1년 남짓의 긴 기간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며 동시에 어학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주춤한 추세이지만, 매년 수많은 학생이 학문적 시야를 넓히면서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출국길에 오르곤 합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재원(24) 씨 또한 코로나19가 완화되는 대로 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파견될 예정인데요. 합격의 기쁨도 잠시, 상대교로부터의 승인 절차를 밟고 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고 합니다. 바로 비용적인 문제인데요, 다른 유럽권 국가에 비해 미국은 비자 발급 비용부터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 물가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기숙사 비용이 으뜸이라고 하는데요. 신 씨는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숙소를 정하는 일이 어렵다”며 “학교 기숙사나 사설 기숙사는 비용이 부담되고, 아파트는 수업을 듣는 건물과 거리가 너무 멀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학교와 가까우면서도 비용이 저렴하고, 또 외국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딱 맞는 곳이 있어. 바로 '코옵(Co-ops)'!

 

바로 ‘코옵(Co-ops)’이죠. 우리나라에는 코옵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데요, 코옵의 유래부터 살펴볼까요? 코옵은 영어 단어 ‘Housing Cooperative’의 준말로 '주거 형태의 협동조합'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미국에는 15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코옵에 살고 있죠.
'전국주택협동조합연합회 (National Association for Home Care & Hospice, NAHC)'의 일원인 Richard Siegler와 이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Herbert J. Cooper-Levy는 “1876년 뉴욕 맨해튼에서 첫 코옵이 등장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사교를 위한 목적을 띠었으며 ‘Home Clubs’이라 불렸다고 하는데요. 이후 1900년대 초, 주거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고 그들에게 공동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 주거 협동조합(이하 코옵)’이 설립되었습니다. 코옵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미시건 주의 대학 근처에서 활발하게 운영되었으며 점차 미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저는 2020년 봄학기에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했는데요. 제가 다녀온 텍사스 오스틴 대학 근처에도 코옵이 있었습니다. 함께 파견된 교환학생 중 절반은 코옵에서 살았죠. 오스틴에는 ‘College Houses’와 ‘Inter-Cooperative Council(이하 ICC)’라는 2개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코옵이 있었는데요. 'College Houses'와 'ICC'는 비영리 조직으로,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환경에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College Houses'는 7개의 코옵을, 'ICC'는 9개의 코옵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코옵마다 거주 인원도, 보유한 시설도 각각 달라 개인의 생활 패턴과 취미에 맞추어 어떤 코옵에 입주할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코옵마다 분위기도 다른데요. 독특한 파티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도 있었고, 조용한 분위기를 중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소수 인원이 거주하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코옵도 있었죠.

 

▲ 'College houses'와 'ICC'에서 운영하는 코옵입니다. 'ICC' 소속 하우스의 경우 대체로 단독 주택을 개조했기 때문에 College houses 소속 하우스와 비교했을 때 거주 인원이 적습니다. (출처: https://collegehouses.org 홈페이지)

대형 주택을 개조한 코옵에는 보통 여러 학생이 함께 사는데요, 코옵마다 각기 다른 규칙이 있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일주일에 4시간 동안 식사 준비, 청소, 건물 보수 등의 노동(Labor)을 하며 기숙사비를 감면받습니다. 따라서 학교 기숙사나 사설 기숙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이죠. 코옵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듣기 위해 'ICC'에서 운영하는 코옵 중 하나인 ‘French House’에 거주하는 교환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코옵(Co-ops)'은 이런 곳이야!

 

▲ ICC가 운영하는 코옵, ‘French House’ 입니다. 2층 베란다에 진열된 TV는 'TV를 보지 말고 친구들과 어울리자'라는 'French House' 식구들 간 약속의 상징입니다.

'French House'는 'ICC'에서 운영하는 코옵으로, 거주 학생이 30명이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규모입니다. 주방과 거실이 있는 메인 건물과 별채로 이루어져 있죠. 'French House'에 살고 있는 일본인 교환학생 'Ayumi'와 한국인 교환학생 'Yeaji'를 만나보았습니다.

 

▲ 'French House'의 브런치 파티에서 한국인 교환학생 'Yeaji'(왼쪽에서 두번째)와 일본인 교환학생 'Ayumi'(왼쪽에서 다섯번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코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Yeaji: 가격이 저렴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어요. 사실 'French House'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거든요. 조금 모험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
+ Ayumi: 우선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어 교환학생들이 살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아파트나 이런 곳보다 저렴하고, 학생 상황에 맞추어 임대차 계약이 융통성 있게 이루어진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하여 집으로 귀국한 친구들이 있는데 임대료 일부를 환불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Q. 코옵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 Ayumi: 싸게 머물 수 있는 대신에 일주일에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정해진 일을 해야 해요. 이런 일을 ‘Labor’라고 부르는데요. 청소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죠.
+ Yeaji: 또 2주에 한 번씩 정기 회의를 합니다.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건의할 사항은 없는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해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같이 모여서 했는데 지금은 '줌(zoom)'으로 미팅을 하죠. 이곳에 사는 친구들 중 8명 정도는 'House Officer 역할을 맡는데, 이 친구들은 일종의 리더로서 하우스의 힘든 일을 도맡아 해요. 대신 'Labor'는 일주일에 2시간만 하면 됩니다.

Q. 코옵에서 어떤 'Labor'를 하고 있나요?
+ Yeaji: 저는 하우스 내에서 'Labor'가 필요한 곳을 찾아낸 뒤 친구들을 배정하고, 각자 맡은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Labor'를 제대로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직접 가서 이야기해야 해서 기분이 상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하우스 일에 더 깊이 있게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 'French House'의 주방입니다. Ayumi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습니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주방과 비슷한 모습이죠? 다양한 향신료와 식재료, 요리 도구로 가득합니다.

 

▲ Ayumi가 친구들을 위해 만든 닭요리와 달걀국입니다. 평소에는 간을 세게 하지 않고 각자 취향에 맞춰 소스나 향신료를 첨가하는 식으로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 Ayumi: 저는 주방 매니저로서,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구입할 음식 목록을 정리하는 일을 해요. 또 친구들이 만족하면서 음식을 먹는지도 체크하죠. 아무래도 다양한 문화의 친구들이 어우러져 생활하다 보니까 불만을 가지는 친구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주방에는 칠판이 있는데, 거기에 친구들이 못 먹는 음식 재료를 적어두면 꼼꼼히 확인하죠. 지금은 각자 음식을 해 먹거나 적은 양만 요리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같이 요리해 먹었기 때문에 저녁 메뉴를 짜는 일도 했어요. 친구들이 요리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죠. 저는 이 일이 너무 즐겁고 뿌듯해요.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일도 재미있고, 일과를 끝내고 친구들과 식탁에 앉아 함께 저녁을 먹을 때가 가장 좋거든요.

 

▲ 간식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하우스에 사는 모두가 함께 먹어야 해서 준비해야 하는 양이 엄청납니다.(사진은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 촬영되었습니다.)
▲ 주방에 걸려있는 칠판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적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항이나 규칙 등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Q. 직접 살면서 느낀 코옵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Yeaji: 우선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아요. 코로나 이전에는 하우스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파티를 열기도 했거든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Labor'를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또 음식 걱정이 없어요. 칠판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 두면 공동으로 장을 봐 오거든요. 음식만큼은 정말 풍족해요. 배고프면 아무 때나 과일이나 간식을 꺼내 먹으면 되고, 친구들이 끼니 때마다 만드는 음식도 맛있어요.
단점은 하우스가 오래되었다는 점이에요. 시설이 낡아서 벌레가 나올 때도 종종 있어요. 또 같이 사는 친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위생 관념이 달라서 'Labor'를 꼼꼼하게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데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코로나 확산 이전 'French House'에서 열렸던 파티입니다. 밴드를 초대해 공연을 열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많은 사람이 방문해 파티를 즐겼죠.

+ Ayumi: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코로나 이전) 매주 있었던 'Movie night'도 기억에 남고, 방에서 축구 게임도 하고 함께 친구들과 서로 메이크업을 해주면서 놀았던 일들이 떠올라요. 저는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미국에 왔거든요. 따라서 코옵은 제가 살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딱히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염려했던 'Labor'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거든요. 굳이 뽑자면 벌레가 가끔 나온다는 점? 아무래도 코옵은 학교 기숙사나 사설 기숙사, 근처 아파트에 비해 깨끗하지 않거든요. 저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 성격인데, 알레르기가 있는 등 환경이 중요한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French House' 거실에 설치된 빔프로젝트로 매주 'Movie night'를 열었습니다.

 

Q. 다른 사람들에게 코옵을 추천하고 싶나요?

+ Yeaji: 정말 추천해요. 미국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거든요. 특히 코옵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죠. 항상 집에 누군가가 있고, 북적거리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던 것이 정말 좋았어요. 향수병에 걸릴 법도 한데 그럴 일이 없었거든요. 덤으로 영어도 정말 많이 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코옵에서 사귄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저와 다른 문화에서 자란 친구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었고, 영어도 더욱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 Ayumi: 당연하죠. 특히 교환 학생이나 국제 학생들에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코옵을 ‘가족’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 자체가 정말 따뜻하거든요. 저는 여기서 지내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책임감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여기에 사는 친구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랐어요. 인종도, 종교도, 가치관도 모두 다르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도 다 달라요. 그렇지만 모두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에요. 코옵에 살지 않았다면 평생 느끼지 못했을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죠. 코옵에서의 경험이 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요.

두 친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코옵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귀중한 경험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이슈 때문에 서로 조심하고 거리를 두며 생활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 함께 일하고 식사하며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는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언젠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오시게 된다면, 코옵 거주를 고려해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