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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인도에는 ‘빅맥’이 없다? 인도 프랜차이즈 방문 리얼후기

‘빅맥’ 없는 맥도날드도 있다

▲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밀집한 인도 하이데라바드 시내

 

‘빅맥’은 전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입니다. 그러나 인도의 맥도날드에서는 이 ‘빅맥’을 맛볼 수 없습니다. 빅맥이 없는 맥도날드라니,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인도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빅맥 없는 맥도날드’가 생긴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인도 현지에서는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맥도날드를 포함해 스타벅스와 베스킨라빈스까지, 프랜차이즈의 ‘인도 현지 매장’에 방문해본 후기를 들려드립니다.

 

 

겉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속을 보면 전혀 다른 '맥도날드'

▲ 국내와 유사한 인도 맥도날드 전경

 

처음 맥도날드 문을 열면 드는 생각은 ‘똑같네’입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색감부터, 테이블과 책상 디자인이나 매장 배치 등에서 국내 맥도날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뭐가 다르다는 거야 도대체’라는 생각부터 들죠. 
그러나 익숙함은 여기까지.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때부터 당황스럽습니다.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1955 버거, 쿼터파운드 치즈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까지, 평소 즐겨먹던 버거가 메뉴에 없습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점원에게 “빅맥은 인도에서 판매하지 않나요?”라고 질문하자 “인도에서는 빅맥이 없으며, 대신 ‘마하라자 맥(Mahalajha Mac)’이 있다”라는 답변이 되돌아옵니다.

 

 

▲ 베이컨이나 소시지가 들어간 메뉴 대신, 시금치와 감자가 들어간 메뉴가 있는 맥모닝

 

실제로 살펴보니 인도 현지 맥도날드에서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이용한 메뉴는 팔지 않습니다. 대신에 치킨이나 야채를 이용한 메뉴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친숙한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나 ‘맥너겟’의 경우, 닭고기가 주 재료이기 때문에 인도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반대로 ‘포테이토 버거’나 ‘스패니치 버거’처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들도 있습니다. 동일한 메뉴라도 치킨과 야채, 두 가지 옵션 중 선택해 구매할 수 있게끔 각각 가격을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나눠 표기하고 있는 점도 새롭습니다.

 

 

▲ 종교적 이유로 인해 길거리에 소가 많은 인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인도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80.5%가 힌두교, 13.4%가 이슬람교 신자입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힌두교도는 소를,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두 종교를 믿을 뿐만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채식주의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재료로 한 메뉴 대신 치킨과 야채를 이용한 메뉴만 판매하는 거죠.

 

 

▲ 주문한 햄버거와 음료, 감자튀김

 

‘인도판 빅맥’이라는 마하라자 맥의 야채 버전과, 감자튀김과 피리피리 믹스(감자튀김에 뿌리는 가루 소스), 음료는 Raw Mango Fruit Cooler을 주문합니다. ‘야채로 만든 빅맥’이라 거부감이 앞섰지만,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입니다. 소고기 대신 들어간 감자 패티는 ‘해시 브라운’과 비슷합니다. 해시 브라운에 비해 물기가 많고 쫀득한 질감에, 고기 향 조미료가 첨가된 맛입니다.

 

 

▲ 야채로만 만들어진 마하라자 맥과 쉑쉑 감자
▲ 야채로만 만들어진 마하라자 맥과 쉑쉑 감자

 

‘건강한 맛’이 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야채로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스트 푸드 특유의 ‘건강하지 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Shake Shake 감자튀김은 한국의 ‘양념감자’와 비슷한 메뉴입니다. 피리피리믹스는 신라면 스프와 맛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피리피리 믹스 맛이 궁금하시다면, 신라면 스프에 카레 가루를 아주 조금 넣어 감자튀김과 섞으면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Raw Mango라니, ‘익지 않은 망고’라는 말처럼 묘하게 풋풋한 맛이 났습니다. 익지 않은 과일 특유의 텁텁한 맛은 조금 호 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느끼한 햄버거와 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노란 망고 음료와의 맛 차이는, 사과와 풋사과의 맛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도 현지 음식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 '스타벅스'

▲ 친절하게 우리를 응대해 주었던 스타벅스 하이데라바드점 직원

 

두 번째로 방문한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도 전반적인 시스템과 분위기는 국내와 매우 유사합니다. 자유롭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국내와 비교할 때 음료 구성 역시 현지화를 위해 출시한 일부 메뉴를 제외하고는 유사합니다.

 

 

▲ 인도의 다양한 과일을 이용한 독특한 스타벅스 메뉴

 

심지어 가격마저도 비슷합니다.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그란데 사이즈) 가격은 235루피, 원화로는 약 4,100원입니다. 국내에서 같은 메뉴가 4,600원에 판매 중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약 500원 정도 차이 나는 셈입니다. 굉장히 비슷하죠?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 보면 가격이 비슷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스타벅스 음료는 인도에서 굉장히 비싼 가격입니다. 인도와 한국의 1인당 GDP는 20배 이상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체감 물가 역시 3배 이상 차이 납니다. 이렇게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스타벅스는 일반적으로 쉽게 마실 수 없는 ‘아주 비싼’ 커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한국 물가로 커피 한 잔에 12,000원이 넘는 꼴이니, 스타벅스는 매우 고가 브랜드인 셈이죠. 서울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워커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1,000원임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쉽겠죠?

 

 

▲ 망고 파르페와 스패니치&콘 브래드
▲ 망고 파르페와 스패니치&콘 브래드

 

스타벅스에서는 ‘망고 파르페’, ‘블루베리 파르페’, ‘시금치&옥수수 브레드’ 이렇게 세 가지 메뉴를 주문합니다. 파르페의 경우 과일은 맛있지만, 전체적인 조화는 다소 느끼합니다. 인도는 한국만큼 음료를 차갑게 먹지 않습니다. 파르페 역시 시원하지 않고 미지근합니다. 조금 더 차갑게 먹으면 덜 느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베이커리 종류에는 인도 현지 취향에 맞춘 ‘야채’ 위주 메뉴가 많습니다. 직접 먹어본 ‘시금치&옥수수 브레드’의 맛은 한국에서 먹는 ‘야채호빵’맛과 매우 흡사합니다. 푹 찐 듯한 야채와 여러 조미료가 합쳐진 듯한 맛이 강합니다.

 

 

‘이름’ 빼고 모두 다른 '베스킨라빈스'

마지막으로 방문한 프랜차이즈는 베스킨라빈스입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이라는 메뉴의 특성상 주문할 때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예상한 건 큰 오산이었습니다. 인도 베스킨라빈스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 인도 베스킨라빈스의 다양한 메뉴들

 

첫째, 맛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컵 사이즈는 물론 딜라이트, 타임리스, 페이보릿, 디바인 총 4가지로 복잡하게 가격이 나눠집니다. 우리나라는 맛에 따른 가격 차이는 없죠. 가격은 오로지 컵 사이즈에 따라 구분될 뿐, 맛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인도는 딜라이트에 해당하는 바닐라 맛과, 디바인에 해당하는 허니 넛 크런치와의 가격 차이가 1.5배가 넘습니다.

 

 

▲ 베스킨라빈스 인도 하이데라바드점 전경

 

둘째, 한 컵에 여러 맛의 아이스크림을 담는 게 불가능합니다. 인도 베스킨라빈스에서는 패밀리 사이즈 컵 하나에 네 가지 맛을 담아 달라고 말하면 적잖이 당황한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인트는 3가지, 패밀리는 4가지, 하프갤런은 5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담아 먹을 수 있습니다. 사이즈가 큰 컵일수록 보다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담을 수 있어 사람 수에 따라 컵의 크기만 달라질 뿐, 하나의 컵에 각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담아 나눠 먹는 문화가 보편적입니다. 그러나 인도는 제 아무리 큰 사이즈의 컵이라고 할 지라도, ‘1 컵 = 1가지 맛’이라는 원칙이 지키고 있습니다. 여러 맛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서는 여러 컵을 주문해야 하죠.

 

 

▲ 한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인도 베스킨라빈스만의 맛

 

인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무화과’, ‘핑크 구아바’, ‘블랙베리’ 이렇게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과,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선데(Sundae) 메뉴인 ‘너트 프로페서’를 직접 맛봅니다. 주문 과정은 어렵지만, 맛은 만족스럽습니다. 세 프랜차이즈 중 유일하게 한국보다 맛있다고 평가하는 프랜차이즈입니다. 무화과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과, 핑크 구아바와 블랙베리의 상큼한 맛도 기대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선데 메뉴인 너트 프로페서가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견과류와 바닐라의 익숙한 조합이지만, 독특한 소스가 더해진 색다른 맛입니다.

 

 

똑같은 듯 색다른, 여행 속 또 하나의 재미

▲ 힌디어로 표기한 인도 스타벅스 간판

 

여행지에서 ‘프랜차이즈’는 보통 기피 대상입니다. ‘색다름’을 즐기러 온 해외에서,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프랜차이즈를 방문하는 건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세 가지 프랜차이즈를 방문한 뒤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프랜차이즈라서 한국과의 차이점 하나하나가 더욱 눈에 잘 들어오고, 그 차이 속에서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도 조만간 해외 여행 계획이 있다면, 평소 좋아하던 프랜차이즈 하나쯤은 방문하는 게 어떨까요? 익숙한 듯 가볍게 방문한 그 나라의 프랜차이즈에서 느낀 ‘약간의 색다름’이 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